2009년 02월 13일
빈 집
여행이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주인 없는 집에 들른 방문객이 있다면
빈 집의 그 황량한 공기에 허허로운 마음 더 쓸쓸해진다면
집 떠나 있는 마음이 무겁고 쓰라릴 것 같습니다
비워둔 집은 곧 쑥대로 뒤덮이고 서까래가 내려앉겠지요
들이친 비바람에 벽지도 썪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칠 것이며
마루도 삐걱이고 쥐들도 드나들겠지요
수없이 내 등을 눕혔던 아랫목에도 곰팡이가 슬고 차가운 냉기로 뒤덮이겠지요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너져내립니다
한가지 희망을 말한다면
꼭 한가지 희망만은 가슴에 품는다면....
비 새는 지붕 위엔 밤마다 별이 반짝이고
비바람에 쓸려온 꽃씨 몇 알 쑥대밭에 떨어져 꽃을 피우고
더러는 나비와 벌들도 날아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문고리 떨어져 나간 집으로 들어설 때
그 꽃향기와 나비의 나부낌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이 많을 때
내 집에 들렀던 많은 사람들이
이젠 더 이상 잠을 설치지도
다 하지 못한 말 때문에 가슴을 쥐어뜯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맙다는 말은 제 때 했는지
미안하다는 말은 충분히 전달했는지
여행가방을 든 마음은 천근만근입니다
세월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내 발자국과 손길이 머물렀던 그 세월들이 자꾸만 제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마쳤을 때의 내 생각이 궁금해서
진실로 그 생각과 다짐과 깨달음이 필요해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못내 떼어놓습니다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
다시는 아프지 말자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신발을 신습니다
다시 쓰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건강해지자
건강해야 두려움도 나약해지는 일도 없을 터이니...
강한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향해 두 손을 내밀 수 있게 되기를...
빈 집을 돌아보며 마지막 기도를 합니다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지지 않기를...
가슴 속 용서를 구하는 일이 너무 늦지 않기를...
# by | 2009/02/13 18:44 | 일상의 메모 | 트랙백 | 덧글(2)

외로움에 떨며 달콤함을 훔치던 미국의 한국 소년. 그 소년은 20대 후반에 이른 대희 안에 여전히 자라지 못하는 아이로 남아, 그를 떠돌게 만든다. 희수와 대희는 서로 몸을 찾아 악기를 연주하듯 탐색하고, 자작나무를 보기 위해 춘천행 기차를 타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희수의 말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돌려주지 못하는 대희. 그래도 희수는 그 헛헛한 남자를 끌어안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