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1일
짧은 이야기 26- 고해성사

너의 얼굴은 창백하다
눈은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굳어
한곳만을 쳐다보고 있다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침묵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너의 침묵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해도 됩니다"
그 말은 어둡고 좁은 방의 천장 위로 흩어졌다
너의 굳은 눈동자는 마치 삐그덕거리는 문처럼
뻑뻑하게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제 죄를 용서해주세요."
"네,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그리 될 것입니다."
너의 눈은 입을 내려다보며 윽박지르려는 듯
더욱 꼿꼿한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았다
너의 입은 눈의 감시 아래서 다시 굳게 닫혀버렸다
"죄는 지상의 것입니다.
다 이 땅에 내려놓고 당신의 영혼이 하늘을 날게 하십시요"
너의 손은 입을 틀어막았다
너의 입은 그 손을 뚫고 신음소리를 뱉어냈다
"아아아..."
"당신의 고통을 이곳에 두고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너의 입은 마침내 자유를 얻고 말을 쏟아냈다
너의 말 속에서 너는 길거리의 손님인 노숙자가 되기도 하고
남의 가방을 찢은 소매치기범이 되기도 하고
남의 아내를 뺏은 파렴치범이 되기도 한다
공금을 빼돌리고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치고 편의점에서 치약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너의 입은 현재의 너를 보여주지 않는다
눈의 감시는 거기까지만 소홀했다
너의 현재는 너 자신에게 용서받지 못했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7/12/31 21:30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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