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울렁거린다
메스꺼운 것 같기도 하고 속이 텅 빈 것 같기도 하다
가슴이 조여오며 숨이 막히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퇴고할 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다
같은 글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강도 센 노동이다
한두 시간 집중하고 앉아 있으면 머리까지 아파온다
이미 써놓은 글에서 오자와 비문을 찾느라
눈알이 빨갛게 될 정도로 화면을 쳐다본다
팔다리가 차디차게 굳어지며 배도 살살 아프다
몸에 피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힘이 없다
기름기와 물기가 모조리 빠져나간 것 같다

한 페이지에서 간신히 오자 하나를 찾았다
오자를 고치고 나니
'그런'이란 단어가 연달아 두 개가 나오고
다음 줄에서는 비문이 발견된다
한 페이지에서 서너 문장이나 손을 봤다
어제 봤을 때는 멀쩡하게 지나친 부분이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앞에 읽고 넘어간 부분에서도
발견 못한 오류가 부지기수인 건 아닐까
식은땀이 난다
더 이상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긴 한숨을 쉬며 파일을 닫는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룬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by 오제이 | 2008/01/14 02:27 | 문학 단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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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1/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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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1/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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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1/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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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3/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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