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5일
짧은 이야기 28-당신의 낮잠

“나는 24시간 대기중.”
그것이 당신의 모토라고 했지요.
대체 뭘 대기하는 중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할 때의 당신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언제든 말만 해. 24시간 대기하고 있을게.
무조건 나를 불러. 충실한 노복은 뒀다 뭐에 쓰겠어.”
얼마 전 당신은 당신 스스로 이 말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불친절한 대응에 나는 화를 내면서 따졌지요.
“이게 24시간 대기 중인 사람의 자세야?"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야.”
당신이 갖다붙인 변명은 이러했습니다.
“2시부터 2시 반까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야.
난 낮잠을 자야하거든. 배터리 채우고 나서 전화할게.”
“겨우 낮잠 때문에 내 전화를 못 받는단 말이야?”
“겨우 낮잠이라니. 내가 지금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상태와 매력지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낮잠 덕택인 거 몰랐어?”
당신은 자신의 생각을 양보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모양입니다.
나는 화도 내보고 애교도 부려봤지만 당신은 끝내 그것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죠. 지금은 내가 참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 시간이면 낮잠을 잡니다.
종일 자리를 지켜야하는 직장에 다니는 내가
진짜 낮잠을 잔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이 시간은 낮잠 시간이다. 나도 잠시 배터리를 충전해야한다.
그러면서 그 무엇도 걸리적거리는 걸 하지 않는 빈 시간으로 남겨두는 거지요.
지금은 그와 나의 낮잠 시간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에게 전화도 하지 말고 저의 이름을 부르지도 말아주세요.
그러면 저도 영원히 지금의 건강과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잊지 마세요. 하루의 낮잠 시간!
# by | 2008/01/25 16:43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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