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31 - 어떤 이의 꿈





이런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사실 이건 들어본 적도 없고 실제로 본적도 없다
불가능에 가깝게 허무맹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일년에 한번 아니 삼사년에 한번씩
나타나 지독하게 충동질해댄다
등껍질처럼 딱 달라붙은 이 꿈을 꾸는 일은 평생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이 있다
각별한 친구다, 혹은 연인이다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다
가깝다. 같이 살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는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해도 상관없다
서로 주장이나 요구를 말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오로지 상대를 관찰 또는 관망하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삼년이 지나고 어언 십년이 지난다
여전히 둘 사이에는 아무 이름이 없다
친구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지만
그 무엇도 아닐 수도 있다
상대가 무엇을 하면서 여태껏 살아왔는지 속속들이 알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짐작 못할 것도 없지만
거기에 대해선 통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옆에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반응 같은 건 할 줄 모르는 대상이 되고 싶은 것이다.
책상이나 연필, 창밖의 나무들처럼.

두 사람은 조금씩 늙어간다
전처럼 많은 말을 할 수도 없고
많은 말을 들을 수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주장과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정신과 마음이 지치지 않고 늙지 않은 채로 육십년쯤 살고 나면
어느날 재처럼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릴 것이다
무기물이 되는 것, 식물도 동물도 광물도 아닌...
그것이 그의 꿈이다

by 오제이 | 2008/02/24 00:14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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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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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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