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4일
짧은 이야기 32- 그의 목소리

아나운서 목소리라는 게 있다
정확한 발음에 매끄러운 음색, 깔끔한 여운.
성악가 목소리도 있다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몸 전체가 울림통이 되어
발성하는 깊은 목소리.
간신이나 기생 목소리라는 말도 들어본 적 있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에 자신을 단련시키다 보면
목소리가 몸과 정신에 맞춰
모양과 색깔이 바뀌는 것이다
그에게는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
그녀를 부를 때는 다른 무엇을 할 때와는 다른 소리를 낸다
무리 중에 섞여 있을 때나
둘만 있을 때나
그녀는 그의 목소리만 들으면
누구를 부르는지
누구를 향한 소리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암호를 정할 필요도 없이
설명이나 변장도 할 것 없이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한다
심지어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조차
그녀는 그만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저 말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를 겨냥하고 한 말임을 안다
지금 그는 그녀를 위한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서툰 솜씨로 곡을 쓰고 유치한 노랫말을 붙였지만
그의 목소리로 연습한 노래를 부른다면
그녀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멀리서도 서둘러 바쁜 걸음으로 달려올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귀를 향해서만
공명하는 특별한 고막이라도 가진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씨익 웃었다
그 뜻을 그만이 알아차릴 그녀만의 미소로...
# by | 2008/02/24 22:02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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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으로 게을렀던 저를 일깨워주시니 정신이 번쩍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