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3일
짧은 이야기 33 - 가방이 무거워

언젠가부터 한쪽 어깨가 기울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의외라는 듯이 지적했고
자주 만나는 사람은 아직도 그러냐는 듯이 한심해 했다
기울어진 어깨의 원인에 대해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가방이 무거워 보여요"
나는 너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내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많이 무거워 보였다
언제나 그 정도의 무게였기 때문에 한번도 특별히 무겁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지적을 받아본 적도 처음이었다
"아, 네."
너의 시선은 가방에서 어깨로 옮겨졌다
그리고 좀 당황한 빛이 역력할 내 눈을 바라보았다
너보다 내가 먼저 이해하게 되었다
어깨와 가방 사이의 악연에 대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어깨와 가방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에 대해...
나는 너를 기다린다
한가했던 카페가 어느새 꽉 차서 빈 자리가 없다
넓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가만히 있기가 조금 미안하다
나는 가방을 열어 본다
책 두권, 수첩, 화장품 파우치, 빗, 손수건, 껌, 생수병, 초코칩쿠키.....
'이건 가방이 아니라 이삿짐이구나'
언젠가 들었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배가 불룩한 동전지갑을 꺼내 동전을 센다
너에게 커피를 사주려고 동전을 분류한다
500원 짜리 1개 100원짜리 12개 오십원짜리 3개 십원짜리 5개
아직도 지갑에는 동전이 더 남았다
도너츠를 하나쯤 더 사줘도 되겠구나
너는 아직 오지 않는다
네게 커피를 사줄 동전으로 몇 번이나 탑을 쌓았다 무너뜨렸다 하는 동안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는데 너는 오지 않는다
가방도 가벼워졌고
어깨도 가벼워졌고
너를 향한 내 마음도 함께 할 시간도 조금은 가벼워질 것인데 너는 오지 않는다
한 시간이 지났다
핸드폰은 울리지 않고 문자에 답은 없다
이제 일어서야할까
조금만 더 기다려야할까
곧 올 텐데...
마음은 기다리는 쪽으로 기운다
해는 저물어 창가에 드리웠던
달걀 노른자 같던 햇살도 사라졌는데
기울어진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8/03/03 17:36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자주 들러 재밌는 덧글 남겨주시기 바래요
비공개 아니라 그냥 덧글 다셔도 되는데...
오늘 면접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