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30일
짧은 이야기 43 - 작은 이별

그 열대의 섬에서 나는 일주일을 살았다
그때 내가 마신 코코넛 주스와 캔맥주를 다 합하면
욕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바닷가와 여자가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해마다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그곳에서
내가 한 일이라곤 새벽에 비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과
낮동안 호텔에서 빌려주는 바닷가 안락의자에 누워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코코넛 주스 마신 것과
모든 관광객들이 다 기어나와 돌아다니는 소란스런 밤바다 앞에서
캔맥주를 마신 것뿐이었다
일곱째 날 아침에 일어나 주인에게 오늘 떠나겠다고 크레딧카드를 내밀었다
주인은 카드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슬프다고 말했다
"So sad to say good-bye."
나는 종려나무에 기대서서 그 말을 하는 그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별은 그에게 슬픔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 별이 나에게도 슬픔을 가르치려고 내쪽으로 날아오려 했다
나는 눈물이 핑 도는 얼굴을 돌려 내 방으로 돌아왔다
짐꾸리기를 끝낸 50리터짜리 배낭과 모자,
여권과 지갑이 든 작은 숄더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떠나고 싶지 않았다
큰 이별을 피해 이 섬으로 왔는데 나는 또 이별을 해야 한다
배낭을 풀어 티셔츠를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숄더백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종일 모래를 밟으며 섬을 돌아다녔다
섬은 생각보다 작았고
여자들은 예쁘긴 했지만 마르고 키가 작았다
남자들은 어쩐지 초라하거나 비굴해 보이는 것 같았고
딱 그만큼 여자는 외국인에게 친절했다
그동안 했던 일의 순서를 바꿨다
새벽에 일어나 코코넛주스를 마셨고
낮에 책을 읽으며 캔맥주를 마셨고
밤의 소란을 뚫고 달리기를 했다
하루가 더 지났다
모든 이별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날 저녁때 식당에서 만난 주인에게 하루만 더 있겠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서 반짝이던 별의 숫자는 줄어들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준 게 기뻤다
비록 아쉬움의 빛깔이 바랬을지언정
나는 인생에서 딱 한 번 마음씨 좋은 사람이 된 것이다
주인은 말했다
"I am so happy to see you happy."
당신이 행복해서 나도 행복하다는 말을 할 때는 별들이 다 사라졌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8/04/30 17:13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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