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9일
짧은 이야기 55 - 빨래

-날도 좋은데 이 쨍한 일요일에 뭐 하니?
-빨래하는 중이야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일.
-넌 기분 안 좋을 때 빨래하잖아
-그냥 몸이 찌뿌드해서 운동 삼아 하는 거야
-근데 목소리가 왜 떨려?
-야, 여기 옥상 무지 넓다
-옥상까지 올라갔구나 거봐? 너 무슨 일 있다니까
-누가 여기다 상추랑 고추랑 토마토를 잔뜩 심어놨네
뭐 좀 새로운 거 없냐 ?
어째 맨날 상추랑 고추냐?
-그러니까 너는 거긴 왜 올라가서 혼자 빨래한다고 생쑈를 하느냐구?
-넌 친구라는 게 모른 척 해줄 줄도 좀 알아라
-헉, 모른 척했다가 나중에 인정머리가 없네, 애정이 없네 뒤집어씌우려구?
-장마 지나고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그냥 한번 올라와본 거야
하늘이 파란 게 꼭 가을 같다
-그래 장마가 끝나든 날씨가 좋든 빨래를 하든 토마토를 키우든 뭐가 걱정이겠냐?
생쑈할 힘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뭐. 난 걱정 안한다
-빨래를 하고 났더니 내 몸이 다 깨끗해진 느낌이다
이제 낮잠 좀 자고 일어나서 비빔국수 해먹어야겠다
-혼자 밥 먹기 싫으면 우리 집에 놀러올래?
-아냐. 오늘은 그냥 혼자 빈둥거리면서 청소나 하고 빨래나 개키면서 보낼련다
-그러든지 그럼. 모쪼록 다 빨아놓은 빨래에다 눈물 콧물 묻히면서 울지나 마라
-그럴 거면 너네 집에 밥 먹으러 갈게.
그치만 걱정마. 오늘은 내가 전화할 일 없을 거다
-부디...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8/06/29 12:56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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