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30일
짧은 이야기 60 - 벌레 이야기

내 몸 속에는 벌레가 산다
매일 조금씩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오늘은 조금 더 자랐는지 유난히 꼼지락거린다
어느 날부터 내 몸이 벌레의 숙주가 되었는지 모른다
낮에도 슬금슬금, 밤에도 조심조심
벌레는 내 몸 속에 자신의 영토를 늘려가고 있다
적당한 자양분과 습도와 햇볕이 받쳐주면 더 무럭무럭 자랄지도 모른다
벌레는 단백질의 먹이만 필요할 수도 있다
모르겠다
아직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유독 벌레가 기승을 부린 날을 돌이켜본다
무엇이 자양분 역할을 했을까
NO,라는 대답을 많이 한 날
발바닥에 굳은살이 딱딱하게 만져질 정도로
많이 돌아다닌 날
한 끼에 밥을 두 그릇씩 먹은 날
무엇보다 시간과 많이 다툰 날
벌레는 쑥쑥 자란다
사과 속의 벌레처럼 내 속살을 파먹으며 몸집을 키울 것이다
나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존재를 모른 척하거나 미워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좀더 잘 알 필요가 있고
때로는 이해와 독설과 질타도 필요할 것이다
주의 사항!
벌레가 좋아하는 것은 나의 불행이다
벌레를 너무 크게 키우고 싶지 않다면 행복해지라
나의 한숨과 불안과 피로가 바로 벌레의 자양분임을 알았다
웃음소리에는 놀라 몸을 웅크리고
울음소리와 비명에는 신나서 고개를 쳐든다
잊지 말자
행복할지어다
벌레 따위 키우지 않고 홀로 독야청청하려거든 행복할지어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8/07/30 23:30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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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지어다!
낙관적인 사람이 면역성이 강하다고 하더군요.
행복하고 복된 나날만이 가장 좋은 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