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61 - 숙제




나는 숙제를 참 잘 하는 아이였다
어려운 숙제든 쉬운 숙제든
재밌는 숙제든 지겨운 숙제든
밤을 새워서라도 열심히 해 갔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난 늘 나한테 숙제를 내주곤 했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정말 하루가 심심하고 무의미했다
숙제하느라 재밌는 걸 함께 할 기회를 놓친 적도 많다
내 친구들은 내가 항상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고
화내고 샘내고 때론 야단을 쳤다
"야! 숙제 같은 건강에 해로운 걸 왜 하는 거야!"
나도 안다
백번 잘 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발바닥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숙제를 향해 내가 달려가는 걸 어찌 막으랴

내 머리를 열어서 머릿속에 있는 숙제칩을 빼내버리고 싶다
오늘 내 숙제는 뭐지?
내가 혹시 깜빡 잊고 숙제를 안 한건 아닐까?
그딴 생각 같은 거 안하면서 살도록...

어차피 멈출 수 없는 깊은 병이라면 이런 치료법은 어떨까?
누군가 나한테 숙제를 내주는 거다
나한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알맞은 숙제를...
숙제에 점수 매기고 야단치고 그러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잠을 설치지도 않을 만큼...
숙제는 그냥 숙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안 하고 손바닥 몇 배 맞고 말지, 그렇게 용감해지고 싶다

나는 위와 같은 여타의 이유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의 숙제를 잘 알아본다
저 사람은 지금 꽤나 힘든 숙제를 떠안고 고생깨나 하고 있군
하하하 그 실력으로 어림없을걸
저 친구는 방금 밀린 숙제를 말끔히 하고 기지개를 켜고 있군
하하하, 곧 새로운 숙제가 당도할걸

노력해서 안된다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자
그러다면 오늘의 내 숙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정하는 것!
그 목록의 내용을 잘 숙지하고 충실히 실행하는 것!
사람에게 덧씌워진 수도 없이 많은 껍데기들
그것을 하나씩 지워내고 사람의 속살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만하면 꽤 쓸 만한 숙제이지 않은가!
숙제놀이 아직은 즐길 만한 놀이다

나는 무엇을 한 적도 없고
무엇이 된 적도 없고
무엇을 가진 적도 없는 그냥 나이던 때로
나를 돌려놓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아니 가능하지 않더라도 그리로 기수를 돌릴 것이다

그때의 나여!
기다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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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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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 2008/08/02 00:33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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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0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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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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