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62 - 너의 몸은 슬프다



육체의 아름다움은
그 육체가 고통과 피로라는 옷을 입었을 때 슬픔으로 바뀐다
슬픔은 육체가 가진 모든 빛나고 윤기나는 것들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먹어치운다
아름다움이 지상명령인 육체는 슬픔을 향해 거세게 저항한다
고단한 몸은 건전지가 닳아버린 장난감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슬픔에 점령당한 육체는 정신을 뒤흔들고
마침내 육체와 정신은 동반자살을 기도하다 실패하고
깊은 포옹으로 길고 재미없는 컬트극의 대미를 장식한다

너는 너무 오래 서성였다
길과 길 사이
골목과 전봇대 언저리
강가와 계곡
밤기차와 시외버스
네 다리가 머문 곳들의 이름은 수도 없다
너의 육체는 이미 피로를 갑옷처럼 둘러쓰고
너의 정신에게 그만 자기를 거두어가 달라고 애원한다

한때 날개를 달고 먼곳까지 단번에 날아갔다 올 수 있었던
깃털처럼 가볍던 너의 몸은 이제 녹슨 갑옷과 뻑뻑한 칼로 인해
굼뜨고 둔감해졌으며 누구의 호감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너의 손은 칼을 놓지 못하고
갑옷을 벗어 팽개치지 못한다
너는 현명한 삶의 준칙들을 다 잊거나 잃어버렸다
너의 몸이 오래 서성이는 동안
너의 정신 또한 깊은 소외로 인해 회로에 이상이 생겼다

너의 몸에는 슬픔이 어울리지 않는다
너의 몸에 필요한 것은 바싹 마른 햇볕과 바람과
이따금 맞이하는 달콤하고 포근한 비나 눈뿐이다

너의 육체에게서 슬픔을 거두려거든 쉬게 하라
오래 잠들게 내버려두라
음악을 틀지도 말고
맛난 밥을 재촉하지도 말라
오로지 안심하고 휴식하는 정신만이 슬픔을 몰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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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 2008/08/07 09:32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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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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