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2일
짧은 이야기 72 - 손톱

파란색 매니큐어라...
그녀는 길쭉하게 기른 파란 손톱으로 테이블을 딱딱 소리나게 두들겼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사람들이 코발트색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색깔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돌려 그녀의 손톱을 본다
똑같은 색깔이었다
"하하하 니 손톱에도 벌써 가을이 왔네. 파란 가을 하늘색이잖아"
"하하하 너의 주특기, 그 썰렁한 농담, 아직도 하는구나"
우리 둘은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며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웃음 끝에 매달린 그녀의 표정은 몇 개의 비밀을 숨긴듯 했다
손톱,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손톱 때문에.....
아니 내 긴 팔 때문에.....
싸움은 원래 그런 거였다
시작은 실로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원칙
그녀의 손톱은 항상 유치원생 것처럼 짧았다
손톱 밑의 살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만 해!"
그녀는 약간 붉어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빨개진 손톱을 그녀는 또 물어뜯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 하라니까!"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온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울었던가
비명을 질렀던가
그 짧은 손톱을 내 얼굴을 향해 뻗었던가
나의 긴 손톱과 팔을 그녀의 얼굴과 머리칼을 향해 휘둘렀던가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 다시는 손톱 물어뜯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그 사이 머리를 길렀고 눈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톱을 길렀다
하! 하늘색 매니큐어까지...
그녀의 눈동자에 파란 하늘 같은 심연이 깃들어 있었다
붉게 타오르던 열기와 광기 또한 푸르른 활기로 바뀌어 있었다
묵묵히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 빈 잔을 확인했다
우리는 명함을 주고 받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저장하지 않았다
눈이 붉게 물들지도 않았고 허튼 농담도 하지 않았다
커피집 앞에서 막 해가 지려는 파란 하늘을 나란히 올려다보았다
동시에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세게 흔들며 악수를 했다
"이쁘다, 니 손톱"
"고마워"
그녀는 손을 놓고 횡단보도를 향해 걸었다
한번 나를 돌아보고는 파란 손톱을 흔들었다
작은 하늘 조각 다섯 개가 허공에서 반짝반짝 흩어졌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 by | 2008/09/02 18:20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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