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92 - 굴



그는 자신의 집을 동굴이라 부른다
햇볕을 오래 보면 병이라도 걸린다는 듯
하루 중, 혹은 일주일 중 며칠은 동굴 속에 갇힌 시간을 보내야만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할 수 있는 체질이다
동굴답게 그곳은 철저히 은폐되어 있어서
그의 동굴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느닷없는 친구의 전화,
"너 굴 좋아하지?"
그는 뜨끔하여 물었다.
"무슨 굴?"
자신이 너무 오래 굴 속에 칩거하고 있음을 탓하는 힐난이라고 여긴 그는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무슨 굴은 무슨 굴? 그냥 굴이지. 우리의 카사노바께서 올해는 왜 굴 먹으러 가자는 말을 안 하시나?"
"아하..."
그는 그제야 수긍한다는 듯이 친구가 보이지도 않는데 머리를 긁적인다
"벌써 시절이 그렇게 되었나?"
"벌써가 뭐야. 이제 곧 얼음이 얼게 생겼는데."
"참, 세월 빠르다."
"빠른 세월 얘기는 우리 언제 만나서 굴이랑 소주 한잔 마시면서 함세."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동굴을 한번 둘러본 다음 갑자기 커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굴이라면 역시 굴 속에서 먹어야 제 맛이지. 내 조만간 한번 초대하지."
친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뭐어?, 되물었지만 어쨌든 한번 부른다는 말이니
먼길 마다않고 달려가겠노라고 대꾸하고 전화를 끊었다.
'굴이라, 굴...'
딱딱한 껍질 속에 갇힌 그 부드럽고 차가운 속살을 떠올리니 그는 저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이 작은 동굴 가득 피어날 굴냄새에 목젖까지 떨리는 느낌이었다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그는 마치 겨울잠이라도 자듯 동굴속에 갇힌 세월을 보냈던 과거를 떠올렸다
올해는 종종 친구들을 불러 굴 파티라도 해야겠는걸...
잠이 길어지니 정신마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든지 몇 년 되었다
겨울잠을 깨워줄 굴냄새에 그는 벌써부터 코를 벌름거린다...
내 사랑, 굴이여!
사랑을 불러올 내 사랑 굴이여!
Welcome~~~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by 오제이 | 2008/11/04 19:47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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