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

"빈말은 빈말이 아니다"
혼자 중얼거린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로
'마사지 했어? 얼굴에 윤기가 나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친구는 반색을 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만져보며 정말? 물으며 웃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
빈말은 결코 비어 있는 말이 아니다, 였다

진심에서 우러난 게 아닌,
그냥 입에 발린 말을 할 때 우린 그 말은 빈말이라고 부른다
약간의 비아냥이나 딴 의도가 섞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우리가 얼마나 달콤한 말에 굶주려 있나 생각했다
우리가 하는 인사의 말들을 그저 빈말이라고 간단히 말해버려고 괜찮은가?
빈말이라도 좋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말, 듣기 좋은 말을
되도록 많이 해주는 게 좋겠다고...
그것은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상대를 기분좋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실려있는' 것이니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이런 말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잘 했어. 이런 생각은 너밖에 못할 거야'
'수고 많았다. 이번 작품이 제일 좋은 것 같아.'
'기뻐하긴 아직 일러. 아직 멀었어. 넌 이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힘을 주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격려의 말은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창작자의 어깨를 펴주는 말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빈말조차 아까워할 만큼 인색해진 관계들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에만 너무 열을 올린 것은 아닌지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자신의 혼을 실어 무언가 만들어냈다면
완성도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아울러 앞으로의 작업을 위한 건강한 빈말 한마디쯤은 해줄 수 없는가
독자로부터 빈말로라도 소설 좋다는 말 듣고 싶다던
어느 중견 소설가의 말을 다시금 곱씹어본다



by 오제이 | 2009/01/09 09:23 | 일상의 메모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ojchoi.egloos.com/tb/224152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