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9일
편지

책을 내니 참 좋은 일이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낼 걸...
평소에는 별로 얘기도 안 하던 작가 선배나 동료들에게
속속 격려의 편지가 도착한다
아마도 내 소설과 나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에
내 소설 읽고 한 마디 안하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물론 덕담을 하려고 쓴 편지이니만큼
대개는 칭찬과 부러움이 담긴 내용이고
간혹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 편지의 구절마다 나에 대한, 내 소설에 대한 애정,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문학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왜 쓰는가?
작가들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남의 뜨거움도 금방 알아보고
그것을 꼭 아는 체한다
동료애가 가진 그 진득한 공감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반성을 하고 많은 힘을 얻는다
정말 나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나 자신에게 정직했는가
감히 그걸 바랄 깜냥은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어느 지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노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할 수밖에 없다
잔치는 끝났고 손님들은 다 떠났고
어질러진 잔칫상과 소란의 흔적들만 여기저기 뒹군다
남은 것은 노동과 실존뿐... 과거를 잊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
그들이 내게 편지를 보낸 진짜 이유는 그것이라고 이제야 깨닫는다
방금 전까지 소란했던 축제는 잊고
너의 자리가 어디인지 살피라는,
우리는 너를 계속 지켜보겠노라는 지엄한 일갈
감사하고 부끄럽고 또한 마음 숙연해진다
내 삶은 내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증명해야함을...
모든 거품은 다 사라지고 투명한 실존만 남았음을...
안녕, 추파춥스 키드최옥정 지음 / 문학의문학
나의 점수 : ★★★★★
# by | 2009/01/29 09:17 | 문학 단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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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님들은 아직도 편지지에 써서 우표 부친 봉투에 넣어 보내는 '편지'를 쓰시는건가요? 그것도 혹시 친필로 써서?
자판에서 토닥토닥 써서 이메일로 슝~ 하고 보내는 것 보다 훨씬 정성이 들어간 교신이라 받는 사람이 감동받겠네요. :)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한 편지를 이메일을 포함해서 말한 거예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부른다는 뜻이고...말을 한다는 뜻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