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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도 없고 엔딩도 없는…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후

최옥정씨 첫 장편소설‘안녕, 추파춥스 키드’
  • ◇2001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최옥정씨는
    “예전에 사랑이란 내가 원하는
    인간을 만나 교류하면서 인생을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타인 속에 투사돼 있는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한 갈망인
    것 같다”고 말한다.
    허정호 기자
    2005년 중·단편 소설로 ‘식물의 내부’를 탐사했던 최옥정(45)씨가 이번에는 맑고 담담한 ‘식물성’ 사랑 이야기를 장편에 담아냈다. 최씨의 첫 장편소설 ‘안녕, 추파춥스 키드’(문학의문학)는 우연히 만난 20대의 환한 청춘 남녀가 어떻게 서로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명징한 실내악처럼 연주해낸다.

    스물여섯 살의 마지막 날, 여자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남자를 만났다. 집에 가기 싫어 일부러 버스를 연달아 보내던 그녀에게 남자가 길을 물어보며 다가왔다. 그 여자 ‘희수’는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 여인들(할머니와 엄마)과 살아온 처지이고, 그 남자 ‘대희’는 열네 살 사춘기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부모가 이혼한 뒤 늘 바쁜 엄마 밑에서 홀로 기다림을 배우며 외로움을 뼛속에 새겼다. 희수는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했다가 사표를 쓴 뒤 백수가 되어 이력서를 들고 다니는 처지이고, 대희는 미국의 엄마와 불화한 채 미국 여권을 지니고 한국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부평초 신세다.

    “맨 처음 이 사탕을 먹은 건 미국에 갔을 때야. …그때 정말 외로웠는데. 그나마 이 사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206쪽)

    외로움에 떨며 달콤함을 훔치던 미국의 한국 소년. 그 소년은 20대 후반에 이른 대희 안에 여전히 자라지 못하는 아이로 남아, 그를 떠돌게 만든다. 희수와 대희는 서로 몸을 찾아 악기를 연주하듯 탐색하고, 자작나무를 보기 위해 춘천행 기차를 타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희수의 말에 ‘미안하다’는 말밖에 돌려주지 못하는 대희. 그래도 희수는 그 헛헛한 남자를 끌어안고 간다.

    “나는 지금 어리둥절한 기분이야. 한 번도 누군가와 이렇게 오래 뭘 같이 해본 적이 없거든. 극점에서 끝내는 것, 그게 나의 연애 방식이었어. 바보 같고 나약한 인간이야, 난.”(201쪽)

    바보 같고 나약한 그 남자는 끝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어느 날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그녀에게서 사라져버린다. 여자는 방황하다가 남자를 찾아 일본까지 가지만, 그곳에서도 남자는 종적을 감추어버린다. 그 여자 희수는 일본 민박집에서 만난 한국 남자의 안내로 교토를 여행한 뒤, 헤어질 때 그 남자에게 대희의 역할을 부탁한다. 시큰해진 눈시울과 떨리는 목소리로.

    “제대로 이별하고 싶어요. 이별의 형식 말이에요. 영화에서 본 것처럼. …나를 한 번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아주세요.”(302쪽)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희수의 가슴에도 쉬 메워지지 않는 바람구멍의 흔적이 남아 있다. 버림받지 않았다는 느낌이야말로 그 시린 구멍을 메우는 최소한의 방어기제일 것이다. 그녀에게 적어도 형식을 갖춘, ‘정중한’ 이별이 필요한 이유다. 스스로 이별의 의식을 치러낸 희수는 대희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평생 그 사람의 안부를 걱정해주면 만나지 못해도 안녕하리라 믿을 뿐이다.

    작가는 청춘남녀의 느닷없는 이별과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해피도 없고 엔딩도 없는 컬트무비 같은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 소설에서 자작나무를 자주 모티브로 끌어들인다. ‘당신을 기다린다’는 꽃말을 지닌, ‘어느 곳에서든 끝까지 살아남아 하늘의 중심을 향해 높이 자라는’ 자작나무. 세월이 흐르면 만났던 사실조차 기억에서 가물거리겠지만 ‘자신의 몸을 나무 삼아, 사다리 삼아’ 중심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려는 의지만 충일하다면, 희고 청량한 북방의 그 자작나무처럼 남은 생의 수액을 길어 올릴 수 있으리라는 식물적 상상력이 순일하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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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 2009/01/30 19:4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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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31 2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오제이 at 2009/02/01 10:11
유령팬이 남긴 바람 같은 흔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희는 아마 지금쯤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했을 겁니다. 다음번에 대희의 다음 이야기를 써볼까...목하 고심중... 종종 유령처럼 들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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