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들


새벽에 잠을 깨는 날이 있다
세 시나 네 시쯤..
대개 술을 마신 다음날인데
그렇지 않은 날도 일단 잠이 깨면
머리가 맑고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늘 새벽에는 그야말로 뜬금없이
내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방문객이 있었을까, 생각했다
그 중에는 가슴에 빗금을 그은 치명적인 방문객도 있었고
봄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진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방문객이 있을 것인가
그것만으로도 내 삶이 예측가능한 것인지
짐작 못할 불가해함을 동반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물론 나는 내 머릿속에서 구체화된 적이 없는, 
만나본 적도 없는 미지의 낯선 방문객을 기다린다
긴 잠을 깨우고, 찬물을 뒤집어쓴듯 정신이 번쩍나게 하는
온몸의 피를 새로 돌게 하는 방문객...

혹은 아무런 방문객도 없이
내가 이미 이루어놓은 것 속에서 평온한 삶을 살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것은 원치않는 방문객으로 인해
현관은 더럽혀지고
부엌은 처음 맡아보는 음식냄새로 어지럽고
내가 순서를 기억하는 책꽂이의 책들을 마구 뒤섞어놓고
집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지는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Oh, Please leave me alone!'

이미 나를 찾아왔던 방문객 중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사람은 몇일 것이며
갑작스럽게 나에게 혼란과 고통을 줄 사람은 또 몇일까
내 남은 인생이 활짝 열어놓은 문처럼 대책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기쁜 소식을 담은 우편배달부처럼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처럼 뜻밖의 생각 같은 방문객은 또 얼마나 나를 자주 찾아올 것인가
이래저래 생각 많은 새벽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방문객에 대해서도
문을 닫아거는 사람이 아님은 확실하다
인생이라는 심연을 헤엄치는 자체가 삶임을 안다
암초를 만나든 상어를 만나든
아름다운 인어나 산호초 군락을 만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누려야할 내 삶임을...


by 오제이 | 2007/06/13 08:35 | 일상의 메모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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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6/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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