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디큐어




신체 어느 부위가 그렇지 않겠냐만

특히 발의 모양은 현재 내 직업이나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하이힐이나 정장구두를 신어야했던 시기에는

발 뒤꿈치에 항상 굳은살이 배겼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한답시고 백수생활할 때는

몇 달 운동화를 신으니까 굳은살이 없어졌다

그 뒤로는 주로 자유직을 전전했기 때문에

단화와 하이힐을 번갈아 신을 수 있어서

발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만한 굳은살이 생긴 적은 없었다.


요즘은 완전히 자유의 몸이라

게다가 여름이니

거의 맨발로 다니다시피 한다

발이 그을려서 새까매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주 부딪히고 상처를 입어서 성할 날이 없다.


어제는 마음먹고 풋크림으로 발마사지도 해주고

패디큐어를 발랐다

마치 화장을 한 것처럼

패디큐어를 한 발은 다른 모습이었다

정돈된 느낌이랄까

표정을 갖게 되었달까



한 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아니 삼십분쯤 걸린 그 시간동안

나는 내 발의 모양과 단점과 흉터를 다 외웠다

보통 때는 발을 그리 자세히 살펴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문지르고 바르고 살펴보는 동안

대충 어떤 형태로 생겼고 어디가 문제이며

오래된 흉터는 어떤 거고 최근 상처는 뭔지 샅샅이 알게 되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던가

알면 사랑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면 신경이 쓰이게 되는 건 확실하다

존재를 알게되면서부터 우리는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너, 거기 있었구나. 몰랐다. 미안해...

뭐 그런 마음들...




by 오제이 | 2007/07/16 08:22 | 일상의 메모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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