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1일
짧은 이야기 1 - 짧은 게 좋아!

나무 그늘은 바람이 없어도 선선했다.
숲 쪽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며 그녀는 물 속으로 들어간다.
"미니스커트 입고 올 걸 그랬나. 더울 땐 짧은 게 최곤데."
그녀는 치마를 무릎 위로 걷어올리며 툴툴댄다
계곡물이 그녀의 종아리에서 찰랑거린다.
나도 바지를 돌돌 말아 올린다
"진짜 시원하다. 우리 오늘 계곡에 놀러오길 잘했다."
"곧 이 여름도 가겠지. 너무 짧다."
"난 뭐든 짧은 게 좋더라. 긴장감도 있고."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털이 숭숭 난 내 다리에 물을 뿌린다
"진짜?"
"으응. 긴 건 지루하잖아."
"그래도 그건 아닐걸."
"뭘 말이야?"
"알면서. 킬킬"
"으이그. 넌 뭐든 에로틱 버전 아니면 말을 못하냐?"
"거기에 세상의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더냐."
"그래, 알았다. 길이가 무슨 대수겠냐. 문제는 강도 아니겠어."
"너 뭘 좀 아는구나. 우리 그거 실험해본 지 꽤 되지 않았냐.
쿠쿠.. 짧은 얘기 길게 할 거 없이 오늘 어때?"
나는 비둘기 울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거기가 그녀의 아킬레스건이다.
"해가 너무 짧다. 산은 해가 더 일찍 지니까 슬슬 내려갈까."
그녀는 역시 단도직입의 명수다.
# by | 2007/08/01 20:20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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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어느 한귀퉁이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연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시작한 짧은 이야기의 첫 글이라 떨리는 가운데
'짧은 것이 좋아'라는 제목을 치는 순간 떠오른 장면입니다.
경험에 의한 결론이 제각각 다르니...
나는 그냥 귀여운 커플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으니...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