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5 - 얼굴


"나쁜 소식을 드리게 되어서 죄송해요."
조앤은 눈을 크게 뜨고 사회복지사를 쳐다본다.
오른손으로 왼손 엄지를 계속 비튼다.
"그 분은 당신을 찾지 않고 있어요."
"제 생각을 알려드렸나요?
전 그냥 한번만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
"그 분이 당신을 찾지 않는 한
우리는 당신 소식을 그 분께 전해드릴 수 없어요."
"정말 나쁜 소식이군요.
이건 내가 예상했던 상황의 맨 마지막에 있는 건데."
"미안해요."
"저 내일 떠나요. 어쩌면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희 규정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 분이 새로 만든 가족과의 행복을 지켜드리는 게 저희가 할 일입니다."
"그럼, 저는요. 당신은 제 행복에는 관심이 없나요?
왜 아무도 나한테는 질문을 하지 않는 거죠.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대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질문이 얼마나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지 조앤은 모른 척한다.
복지사의 얼굴에 갑갑함이 스친다.
"그 분을 만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어요.
더 나쁜 경우는 연락을 했는데 그 분이 만남을 거절했을 때예요"
"그러면 차라리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살아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얼마나 컸는지도 모른 채
평생 조용히 사는 게 그 분의 행복인가요?"
"어쨌든 저희가 해드릴 일이 없어서 죄송해요."
"더 기다려야 하나요?"
복지사는 고개를 젓지는 않았지만 눈빛은 부정의 답을 말하고 있었다.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나를 닮은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같이 살자는 게 아니에요.
나랑 비슷하게 생긴 얼굴을 딱 한번만 보고 싶었어요."
"미안해요."

by 오제이 | 2007/08/14 11:38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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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새벽 at 2007/08/14 21:56
같이 살자는 게 아니에요-

좋은 글. 매우 잘 읽었습니다. 무슨 검색 끝에 들어왔다가 황급히 로그인하고 몰래^^링크를 걸어뒀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다시 들어와보네요.
짧은 글에는 이상하게 항상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더 많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왜 아무도 나한테는 질문을 하지 않는 거죠.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이 구절도 왜 그런지 모르게 참 좋네요.
내내. 좋은 글 기대할게요.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오제이 at 2007/08/15 16:15
자기 닮은 사람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그 마음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어요. 나와 피부색이 전혀 다른 백인이나 흑인과 사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걸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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