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소설은 거짓말이지만 작가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오늘 갑자기 떠오른 이 말을 자꾸 생각한다
앞의 거짓말과 뒤의 거짓말은 전혀 다른 거짓말이다.
앞의 건 지어낸 얘기, 그러니까 픽션이라는 뜻이다.
뒤의 거짓말은 자신과 남을 속이는 말이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자신있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거짓말과 관련된 갖가지 언설과 실천들이다
소설에 대해 웬만큼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글 속에 거짓말이 들어설 자리는 바늘 하나 들어갈 만큼도 없다.
읽는 사람은 언제나 쓰는 사람보다 눈이 밝다.

진실만을 말하는 작가...
말로는 쉽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삶에서 자신이 본 것만을 겸허히 얘기할 수 있는 작가는?
차라리 백번 양보해서
그 진실이라는 괴물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그걸 평생 찾아 헤매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작자라고 해두자

모든 작가들은 말한다
"좋은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진실만을 말하세요."
이 썰렁한 농담에 서로 쓴웃음을 암호처럼 주고받는다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매번 죽는 거지 뭐."
조금만 놀아도 전에 어떻게 썼더라, 까마득해지는 게 소설이라고,
차마 이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를 속일 수 있는 능숙하고 뻔뻔하고 교활한 거짓말
그것에 속고도 속았음을 기뻐할 수 있는 거짓말
무엇보다 작가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거짓말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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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 2007/08/20 23:46 | 문학 단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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