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02일
습과 업

어떤 경우 사람은 잊혀졌는데 그 사람의 말만 남아
가끔 혹은 자주 나를 일깨우는 때가 있다
에너지가 넘쳐나던 시기에, 아마도 5-6년 전쯤
한달에 한번은 여행을 가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열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길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많은 때였다
많은 곳을 갔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몇 가지 이유로 기억 속에 각인된 사람들이 있다
정선에 사는 동선스님이 그 중 한 분이다
일년에 한두 번씩 꼭 찾아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지리산을 제외하곤 여행을 잘 가지 않으니까
찾아뵌지 몇 년 됐다
원래는 전각을 하시던 분인데
거기서 농사를 짓다보니 손이 거칠어져서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전각은 못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지금은 더덕 농사 짓고 산야초 효소를 만드신다
내가 가면 묵을 방만 정해주시고
일체 말을 걸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나의 방문에 거의 방해받지 않으시고
일하고 밥 짓고 외출도 하신다
내가 정선 장에 나가서 그 유명한 옥수수술과 메밀부침개를 사온 적이 있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그 술 때문에 나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옥수수술은 입에 착착 감긴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냥 옛날얘기 범주에 속하는 맥락없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서울살이 얘기를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한달 일년은 더 금방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게 바로 '습'이라는 거야. 그 습이 쌓여서 결국 업이 되는 거고.'
불교에서 늘 쓰는 습과 업을 이토록 쉽게 잘 설명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 습이고 업이라니...
가끔, 아니 자주 떠올린다
이건 나의 나쁜 습이고...이것이 나의 업이 되겠구나
옥수수술의 감칠맛만큼 오래 오래 기억나는 말이다
# by | 2007/09/02 08:0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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