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06일
짧은 이야기 12 - 자갈치 우정

오직 한 가지만 집중공략하는 친구가 있다
이건 집중이 아니라 거의 집착이다
한 가지 색깔 옷만 입고
(옷장을 열어보면 가히 충격이다
온통 진하고 옅은 핑크색 퍼레이드다)
한 가지 헤어스타일만 고집하고
간식도 한 가지만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갑자기 과자가 너무너무 먹고 싶을 때
집어드는 게 ‘자갈치’다
친구를 찾아 학교를 뒤지고 다니다가 매점에 가보면
혼자서 벤치에 앉아 자갈치를 우적우적 먹고 있다
“그렇게 맛있냐?”
먹느라고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몇 개 집어서 입에 넣어봤다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새우깡이랑 그게 그거네.”
“완전히 달라. 여긴 문어도 있고
다른 해산물도 많아.”
“완전 안습이다. 넌 이걸 해산물이라고 부르냐.”
친구도 한 명만 사귄다
지금은 그 한 명이 바로 나다.
뭐 특별히 잘해주지도 않고
붙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각별한 우정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밥 먹을 때가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밥을 사주는 거 그게 그 친구의 유일한 애정표현이다
나는 가끔 자갈치를 사줌으로써 그 우정에 보답한다
나의 관심을 환기시킬 때도 오직 이 한 마디뿐이다
자갈치 사와!
오케이!
언젠가는 그 친구랑 그 친구의 고향인 부산에 가서
진짜 자갈치 시장에 한번 들러야겠다
거기 가면 한 가지만 먹진 않을 것 같다
# by | 2007/09/06 07:45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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