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14 - 공항에서 1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날, 그는 이 도시가 천국을 닮았다고 느꼈다.

  그가 상상하는 천국은 매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한결 같이 아름답거나,

  한결같이 추악하거나,

  한결같이 지루하거나,

  한결같이 흥미진진한 곳은 천국이 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변덕. 그것이 천국의 특징이다.

  천국의 공기를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나서 그는 공중전화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손가락은 망설임없이 아홉 개의 번호를 누른다. 
  “이 번호는 없는 국번입니다.”

  기다리던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에게는 돌아갈 집도, 응답할 전화도 없어진 것이다.
  그것은 모든 걸 다시 시작하라는 전언이었다.

  '너는 이제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또는 이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넌 자유야. 고독과 배고픔과 불행을 등짐처럼 지고 다니는 것이

  자유라고 이름 지어진 떠도는 자의 운명이지.'

  이 도시는 특히 떠도는 자들의 천국이다.

  수많은 지하철과 버스와 벤치와 골목이 있으므로.

  하룻밤 거할 수 있는 곳은 상상밖에 많다.

  겨울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지낼 만하다.

  겨울만 아니라면...

  너만 아니라면...



by 오제이 | 2007/09/17 08:37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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