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20 - 바보가 되는 손쉬운 방법: 길거리 고백과 커플티 입기



철수와 영이는 오늘 하루 바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바보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길거리에서
큰소리로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선 사람의 왕래가 많은 신촌로터리를 골랐다
그 중에서도 항상 발디딜 틈 없이 바글거리는
맥도널드 앞에서 거사를 행하기로 약속했다

금요일 오후 여섯시,
전국의 청춘남녀는 다 이곳에 모여든 것처럼
거리 전체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철수가 영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둘은 눈 신호를 보냈다
철수는 영이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어깨를 끌어안고 외쳤다
"영이야, 사랑한다."
곧이어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를 만세삼창하듯 반복했다
영이는 두 팔로 철수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응답한다
"오빠! 나도 사랑해!"
몇몇 구경꾼들은 키들거리며 지나갔고
몇 사람은 박수를 쳤다
철수와 영이는 큰일을 마친 기념으로 하이 파이브를 한 다음
연대쪽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바보가 되는 두번째 방법은 커플티를 입는 것이다
최대한 유치한 디자인의 원색 티를 사서 나란히 입고 돌아다니면
아이큐 두 자리처럼 보이는 건 시간 문제다
철수는 큰 원숭이 얼굴이 그려진 티를 고집했고
영이는 헬로우 키티 티셔츠를 들고 내려놓지 않았다
결론은 뻔하다
핑크색과 하늘색 헬로우 키티 티셔츠를 입고
거기에 어울리는 캡도 맞춰서 샀다

"이 정도 차려입었으면 삼십 분쯤 활보해주는 게 예의지?"
"그럼 그럼, 앗, 아까 이 옷 먼저 사서 입고 고백할걸."
영이는 아쉬운 듯 입을 다셨다
"오늘은 이쯤 해두자. 너무 오버하면 부작용이 있으니까."
여고생들은 지나가면서 둘을 흘끔거렸다
"좋아죽네, 죽어. 좆나, 유치하다, 그치?"
"유치원 동창인가봐. 열나 다정이네."

오늘 철수는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신촌 거리에는 수많은 커플이 활보하고 있었고
커플티를 입은 커플은 그의 짐작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영이 또한 새로운 결심을 했다
커플티 정도로는 절대 튈 수가 없었다
다음번에는 철수더러 웨이트트레이닝이라도 받으라고 해서
무등을 타고 돌아다녀야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by 오제이 | 2007/10/31 11:30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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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10/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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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10/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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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11/0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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