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22 - 잃어버린 안경




바닷가에서 안경을 주웠다
모래밭을 걷고 있는데 꺼뭇한 게 발에 걸렸다
가느다란 철테에 네모난 알이 박힌 안경이었다
나는 안경을 눈 가까이 대 보았다.
눈이 아주 나쁜 사람의 안경이었다
선글라스도 아니고 물안경도 아닌, 이런 시력교정용 안경을 누가 흘렸을까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소용없을 것이다
지난 여름 누군가 안경을 끼고 수영을 하다
물살에 쓸려 잃어버린 것이
파도를 따라 돌고 돌다 다시 이 바닷가로 흘러왔을 것이다

안경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테가 자꾸 손에 걸렸다
꺼내서 가방 옆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안경은 나를 따라 서울로 왔다
혹시 이 안경의 주인이 서울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 안경도 자신이 익숙하게 맡던 서울의 공기가 조금은 반가울 거다

집에 와서 안경을 끼고 거울을 보니
뭐 대충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바닷물에 씻기고 씻겼는지
안경알은 소금이 엉겨 하얗게 더께가 앉아 있었고
검은 안경테도 많이 닳아 있었다
버려야할 물건이었다
아깝다
그래도 서울까지 갖고 온 성의가 있는데...
다시 안경을 살펴봐도 답은 똑같다
쓰고 다닐 수는 없겠다
버려야한다
내 손은 안경을 집어 쓰레기통 대신 화장대 한 켠에 둔다

한때 누군가 세상을 더 잘 보도록 도와주었을
저 두 눈 부릅뜬 안경을 차마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지는 못 하겠다
바닷가에서 생을 마치지 못한 너의 운명은
파도 대신 서울의 매연에 좀더 찌들어야 끝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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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 2007/11/12 13:04 | 짧은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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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11/1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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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3/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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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5/0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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